이른 새벽 절벽엔 안개가 자욱하고 오솔길은 카즈하 홀로 거닐고 있었다.
날개짓 소리, 곤충 소리 하나 없이 모든 게 고요했다.
파도조차 잠든 듯 바람 소리만이 울려 퍼지자 카즈하는 혀를 내밀어 공기 중의 축축하고 무거운 맛을 느꼈다.
카즈하는 곧 비가 올 거라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 길 끝을 바라보자, 밥 짓는 연기가 나는 초가집이 보였다. 오늘 밤은 묵을 곳이 있어 보였다.
그는 초가집 주인에게 곧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말했지만 처음에 주인은 믿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낮이 되자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제서야 주인은 이 낭인의 능력에 놀라며, 정성껏 카즈하를 대접했다.
창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렸고 카즈하는 이불 위에 누워 빗방울이 단풍잎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카에데하라가의 재산이 바닥나고 여행길에 오른 그는 이미 여러 섬을 유랑하며 여행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나즈마의 섬과 섬 사이를 오갈 때는 바다를 건너야 했고 카즈하 혼자 작은 배를 타고 가다 돌풍이나 천둥 번개를 만나기라도 하면 여행은 더욱 험난해졌다….
다만, 카즈하는 발 닿는 곳 어디든 집으로 삼고, 세상 만물을 시우(詩友)로 삼았기에 항상 즐거웠다.
마음이 「공허」하면 천지 만물 모든 게 「텅 빈」 것 같고,
마음이 「정결」하면 천지 만물 역시 「깨끗」해진다.
손에 검을 쥐고 마음엔 도를 품으면 노래하며 나아갈 수 있고,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두렵지 않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카즈하는 만족스러워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카즈하가 새소리에 눈을 떴을 때, 품속에선 신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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