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불복려는 의사를 찾는 환자들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불복려 의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수 아규만이 카운터 앞에서 약을 지으며 처방전을 적고 있다. 지병을 앓고 있던 환자들은 「또 그렇다」는 걸 알아채고는, 아규가 처방한 약을 챙긴 다음 「백 선생님께 몸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한 후 휘청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치치는 우연히 입구에서 들어오다 할아버지의 다리에 부딪혔고, 모자를 든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직된 발걸음으로 안쪽 방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또 그렇다」는 건 특정 시간이나 특정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말했던 어떤 말을 의미한다: 백 선생님이 아프셔서, 오늘은 진료를 볼 수 없습니다. 어렵게 발걸음해 주셨겠지만, 오늘은 돌아가 주세요.
의사도 자기 병은 고치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 백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백출은 대외적으로 우연히 몸살감기에 걸렸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체질이 허약하고 오장육부 중 멀쩡한 곳이 없다. 비록 지금 당장은 생명에 지장이 있진 않지만,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는 보기 드문 고질병이라며 경악할 것이다. 그러므로 병이 발작할 때마다 아규와 치치 모두 속수무책인 채로 뜨거운 물, 수건, 과일 등을 준비하며 미약하게나마 보살필 뿐이다. 백출은 다른 사람이 걱정하는 걸 원치 않기에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고는 장생과만 함께 한다.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있고, 방 안은 밤이 온 것처럼 어둠으로 가득했다. 백출은 발작하면 온몸에 오한이 났다가 열이 나기도 하고, 또 숨쉬기가 힘들었다가 몸 전체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고통이 한바탕 지나간 후, 백출은 침상에 누워 장생과 농담을 했다: 「언젠가 내가 버티지 못한다면, 일이 골치 아파지겠네」
하얀 뱀은 혀를 내밀며 침대맡까지 기어갔다. 마치 사람의 눈동자처럼 생긴 눈으로 병 때문에 식은땀을 가득 흘리고 있는 백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너도 참! 눕는 건 되지만, 쓰러져선 안 돼.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네 나이도 그리 많지 않으니, 분명 아직 충분히 살지 못했잖아」
사람 한 명과 뱀 한 마리, 사람에게는 뱀의 눈동자가, 뱀에게는 사람의 눈동자가 있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매우 적었기에, 이 오묘함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두 눈은 백출과 장생의 가장 큰 비밀이었다. 둘은 눈동자를 증거로 계약을 맺었고, 그 결과 지금의 백출은 의술로 병을 치료하며 세상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자신도 중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암왕제군의 뜻에 따라, 모든 법과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리월의 선인들은 흔적을 감추었다. 고대법의 기원은 다양하고, 계약 내용은 더욱이 가지각색이다. 백출과 장생은 늘 계약 내용을 상기했다. 「계약? 하나의 약속에 불과해. 알려져서는 안 될 비법이라고 해도 되겠지. 제약은 매우 많은 편이야. 어린이와 노인에게 전해선 안 된다. 성실하지 않은 자에게 전해선 안 된다. 인간이 아닌 자에게 전해선 안 된다… 그리고 또 뭐더라?」 「인연이 없는 자에게 전해선 안 된다!」
차 쟁반과 뜨거운 물을 내려놓은 후, 치치는 문을 닫고 나갔다. 백출은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또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화두를 머나먼 소문으로 돌릴 뿐이다——
고대에 약군산이 있었는데, 산의 주인은 한때 찻잔 속의 옛 친구와 만나고, 산의 차 나무가 다 자라면 차를 우리고 연회를 열어 선인들을 초대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아쉽게도 약속을 했던 두 선인 중 한 명은 찻잔 바닥에 가라앉은 찻잎처럼 물속에 빠졌고, 또 한 명은 찻잎을 딸 열 손가락을 잃어버리고 옛 과거까지 함께 잊어버렸다.
장생은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신기할 게 뭐가 있어? 선인은 이제 없어졌지만, 산에 차 나무는 아직 있잖아. 나뭇잎과 찻잎이 그들 대신 오래된 약속을 기억할 거야. 넌 자기 자신만 걱정하면 돼. 네가 없으면 아규, 치치, 나무집, 벽돌 바닥이 우릴 기억할 테니까」
장생과 한 계약은 「이사타룡(珥蛇拖龍) 법」이라고 한다. 장생 본인조차 이름만 알뿐, 전에 배웠다고만 하고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누가 전수했냐고 물어봐도, 도저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장생과 옛날 일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기 마련이다. 백출은 그녀의 지적에 이미 적응되었고, 장생도 좋은 마음으로 지적한 걸 알고 있다. 백출은 목구멍을 막고 있던 피를 뱉어내고는, 침대맡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장생은 백출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눈치채고는 투덜댔다: 「뭘 봐? 내가 도와줄 손이 어디 있다고?」
백출은 아규가 끓이고 치치가 가져온 수프를 들고 천천히 마셨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뜨며, 두 눈은 한시코 떼지 않았다. 마치 그릇 바닥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것처럼.
인생은 뜨거운 수프처럼, 계속해서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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