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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모험가 로알드가 남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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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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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모험가 로알드가 남긴 일지.

2.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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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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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보기

——대지의 소금——
적화주의 강가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내 신발이 홀딱 다 젖었다. 지난번에는 신발을 벗었을 때 안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나온 적도 있다.

 

유적의 규모로 볼 때 수천 년 전에 이곳은 신전이자 피난소였을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은 마신 전쟁 시기에 소금의 마신이 처음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마신들의 혼전 속에서 인류는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소금의 마신은 무정한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전쟁의 불길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과 함께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말세에 사람들에게 자애와 위로를 건넸고 다시 평화를 찾고자 시도했다.

 

도시의 다른 부분은 이미 벽수강의 강바닥에 가라앉고 오직 이 신전의 지대만이 남은 것 같다.

 

그녀는 추종자들을 모아 오늘날 「대지의 소금」이라 불리는 부락에 자리를 잡는다.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유지되다 마신이 쓰러진 날에서야 뿔뿔이 흩어진다.

 

인자한 마신은 마신과의 대결로 죽은 게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인간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이곳의 첫 번째 인간 왕이자 마지막 왕이다. 그도 부족민들과 같이 소금의 마신을 사랑했으나 평범한 인간의 마음으론 자아를 버린 신의 사랑을 짐작할 수 없었다. 수호와 전투의 힘을 찾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인자함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손에 쥔 검으로 고독한 마신을 시해한다. 이렇게 소금의 궁전은 소금의 마신이 쓰러지며 붕괴하고 평범한 인간의 도시도 씁쓸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 배신자의 이후 결말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는 홀로 폐허가 된 도시에 남아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강에 잠겨 왕의 지팡이 썩을 때까지 수천 년 동안 통치하다 먼지가 됐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그는 신을 시해한 죄를 지은 뒤 자신의 죄를 못 이겨 자살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과거 소금의 마신이 총애하던 부족은 리월 대지로 흩어졌다가 바위 신이 통치하는 안전한 항구에 들어선 뒤에서야 이 이야기가 오늘까지 전해 내려오게 됐다.

 

소금의 마신의 유해는 여전히 이 유적 깊은 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비록 오래전에 소금 결정으로 변했긴 하지만 검에 찔리던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먹구름이 끝없이 몰려오는 걸 보니 큰 비가 내릴 것 같다. 그러니 어서 빨리 출발해야겠다. 이제 난 북서쪽의 경책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도착하길 바란다. 너무 급하게 가다가 이 일지를 잃어버리질 않길 바란다…

@제2권 보기

——경책 산장——
드래곤 스파인에서 나와 모래톱으로 갔다가 적화가 가득한 사주를 지나 하늘 높이 솟은 대나무 숲을 건너 드디어 경책산에 들어섰다. 신발은 완전히 축축해졌고 옷도 거의 젖었다. 퍼붓는 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산장의 장로들은 매우 친절하다. 집회하는 홀에 옷과 신발을 말릴 수 있게 허락하고 갈아입을 옷과 건량을 준비해주었다.
경책 산장에는 아이들이 많다. 귀엽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다. 노인들도 많다. 모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풍족한 날을 보내고 있다. 장로들은 젊은이들이 대부분 일하러 리월항으로 가서 가정을 일궜고, 매달 고정적으로 돈을 보내준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번화한 도시에서 편리함을 맛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리월항은 경책산에 부유함을 가져다주지만 돌이킬 수 없이 노화시키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경책」이란 말은 고대의 마수 「이무기」에서 나왔다. 지금은 「이무기」라고 불리지만 고대에 리월 사람들은 이무기를 「경책」이라고 불렀다.
천년 전, 모락스가 리월에서 해를 끼치던 마수를 진압했다고 장로가 말해줬다. 이무기가 죽은 후 몸은 바위, 피는 맑은 물이 되었고 비늘은 제전이 되었으며 마수의 소굴은 지금의 경책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단한 탐사 후, 이 산악 지대의 대부분은 외력 충격으로 부서진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물 원소 마수의 생명 흔적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무기의 시체는 이미 오래전에 썩었고 그 전설의 짐승이 산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전설에 불과하지 않을까?
다음 행선지는 절운간 석림에 있는 호수로 정했다. 리월 사람들은 그곳에 미궁이 있으며 선인이 숨어산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선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3권 보기

——절운간 · 오장 천지——
지난번 일지를 또 잃어버렸다. 저번에 일지를 잘 보관해야 한다고 3번이나 다짐했는데… 모험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전부 잊어버렸다. 매년 종이를 엄청 많이 낭비하는데 풀의 신이 개의치 않길 바란다.

 

구불구불 거리는 산길과 옛날 약초꾼들이 깔아놓은 잔도를 따라 오장산에 오른다. 또다시 가파르고 습한 암벽을 등반해야만 이 천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일전에 어부가 이곳은 수심이 매우 깊다고 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건 과장된 것이다.

 

경책산장의 노인은 날 완전히 속인 게 아니다. 천지의 호숫물은 따뜻하고 달아 역시 선계라고 할 수 있다. 절운간 초입 시 한 농부가 내게 신통방통한 선인들은 언제든지 운무로 변해 운해에 들어가 노닐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때 난 이런 전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수면 위에 서린 안개가 마치 손을 뻗어 운해에 닿을듯한 모습을 보이자 오랫동안 찾고 있던 선인들은 원래 머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지만 난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산을 내려와 오장산에서 벗어난 뒤 복잡한 산림 속에서 또 길을 잃었다. 시야가 다시 트일 때 또 벽수강 앞에 도착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 이곳은 시야가 탁 트여서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니 오늘은 여기서 야영 해야겠다.

 

야영지에서 행장을 정리할 때 보물을 찾으러 온 것 같은 젊은 아가씨 에드워드와 만났다. 그녀는 서쪽 편 오장산 아래의 선인 호수로 갈 거라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오장산 북쪽 산자락, 그러니까 여기서 서쪽에 있는 어떤 호숫가에 선인이 한명 살고 있데요. 그러니까 선인의 숨겨진 보물도 분명히 있지 않겠어요? 하하하, 나중에 보물을 찾는다면…」

 

그녀는 순식간에 뭔가를 깨달은 듯 엄숙해지며 말하길: 「그럼 길드랑 연락하고 보고할 거예요! 전 모험가 길드의 정식 회원이라서 보물 사냥단과는 완전히 달라요!」

 

확실히 몇몇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물을 위해 모험을 하기도 한다. 바로 리월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에 상상하기 어렵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올바른 모험가 동료인 것 같다.

 

서쪽으로 향해 그녀가 말한 「선인의 호수」를 탐색하는 것도 좋아 보이긴 했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만 안 생기면 귀리 평원으로 가서 그곳의 풍경과 보물을 발굴해볼 것이다. 그리고 문제만 안 생기면 이 일지를 잃어버리지 않겠지. 제발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제4권 보기

——녹화 연못——
벽수강의 지류를 따라 서남쪽으로 걸어 천형산 북쪽 기슭에서 연못을 발견했다. 연못물은 하늘보다도 푸르고, 수온은 체온과 비슷했으며 달콤한 맛이 났다.

 

현지의 약초 캐는 사람들이 수천 년 전 이 연못이 원래 농장이라고 했다. 전설에 따르면 마신이 혼전을 벌이던 시대에,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한 연인 한 쌍이 이곳에서 밀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무정한 동란이 벌어져 남자는 바위의 신을 따라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신의 싸움에 투입되었다…. 그 시대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백 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었다.

 

여자는 농장을 배회하며 연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른 후 꽃밭은 잡초로 뒤덮이고, 잡초는 바닷물에 썩었다. 바닷물이 결국 밀려가고 그녀가 땅으로 돌아오자 눈물이 모여 이 연못이 되었다. 이런 사연이 있어서 연못이 이렇게 맑고 따뜻한지도 모른다.
난 이곳에서 오후 내내 머물렀다. 목욕을 하고 부주의하게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어둠 속에 별자리가 선명하게 반짝거렸다.

 

어린 여우 한 마리가 근처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내가 고개를 들자 급히 도망쳤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신발 한 짝이 사라지고, 건량 주머니도 뒤집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예측했던 것보다 짐 정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 목적지는 동북쪽 벽수강이 바다와 만나는 요광 해안이다.

@제5권 보기

——요광 해안——
이곳은 벽수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하류에 휩쓸려 온 모래가 쌓여 평탄한 모래사장이 되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해무가 이 해안을 자욱하게 덮고 있었다. 새로 산 신발이 다시 흠뻑 젖었다. 안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안개 속의 소음을 들으며 텐트를 펼치고 해무가 걷히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망서객잔에서 쉴 때 어떤 상인이 「요광 해안」이란 이름이 「드넓은 빛이 떠나가니 하얀 모래 해변과 푸른 하늘이로구나」라는 구절에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옥처럼 빛나는 벽수강은 바다로 흘러들었지만, 요광 해안의 「벽라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전에 안개를 헤치고 그 집을 찾아갔을 때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어민들은 「벽라옥」이 선인의 거처이며, 벽라옥도 사실 선인의 몸의 일부라고 말해주었다. 벽라옥의 그녀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들을 위해 쉴 곳을 제공하고, 해난 생존자를 돌보고 치료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다 마수를 토벌하는 선인을 송별했다.
그러나 나이가 제법 많은 어부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벽라옥에 사는 사람은 선인이 아니며 대대로 거대한 소라 속에 살던 가족이라고 했다. 그들은 길을 잃은 자들을 구하는 걸 사명이라고 여겼다. 위험에 처했던 많은 어민들이 그들의 은혜를 입었다고 한다.
해무가 곧 걷힐 것 같다. 햇빛이 살짝 비친다.
이제 배를 빌려 고운각 쪽으로 가서 바위의 마신이 바다의 마물을 진압한 유적에 갈 것이다.
순풍을 탄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제6권 보기

——고운각——
작은 섬에 있는 몇몇 츄츄족의 시선을 피해 고운각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내가 상륙한 지역은 육각형 돌기둥이 눈부신 태양을 가리고 있고 돌기둥 아래는 그늘져 있다. 천년 넘는 시간 동안 마물 시체들을 먹으며 자라서 그런진 몰라도 해변의 꽃게엔 살이 가득하고 맛도 일품이다.

 

오늘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과거 바위 신과 바다의 마물이 혈투를 벌였던 전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과거의 피는 벌써 푸른 바다에 흘러들어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어쩌면 광활하기 그지없는 바다 앞에선 한 명이 흘린 피 한 방울이든 무수히 많은 영웅들의 피든 매한가지인 것 같다. 영원히 흐르는 바람과 해류가 모든 티끌을 씻겨내기에…

 

과거 바위 신은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창을 이 해역에다가 던져 심해에서 난을 일으키던 마신을 관통했다고 한다. 거대한 창은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풍화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얼마 뒤에 대륙에 돌아와 야영을 했다. 여기선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들을 바라볼 수 있다. 저 멀리 「남십자」함대가 위풍당당하게 돛을 올리고 항해를 떠난다. 전설적인 북두 어르신은 칠성 상회의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걸까?

 

꿈나라가 계속 어둡고 습해 밤에 잠을 편안하게 자지 못했다. 꿈속에선 내가 바위 신에게 관통된 해저의 마물이 되어 단단한 바위 창을 잡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발악했고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과 원한이 가득했다…

 

고운각은 밤을 보내기 좋은 곳은 아닌 듯하다. 난 모닥불을 피우고 날이 밝아지면 다시 출발하려고 기다렸다. 이제 리월항에 돌아가서 새롭게 정비를 한 뒤에 절운간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번 선인 만남의 여행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으니 이번엔 경운봉에 올라 운을 시험해 볼 것이다.

 

주의: 이제 다시는 일지를 잊어버리지 말자!

@제7권 보기

——절운간 · 경운봉——
이번 모험 일지를 쓰기에 앞서 일깨워 주고자 소소하게 한번 적어본다. 최근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일지를 자주 잃어버린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덤벙대는 습관은 꼭 고쳐야 돼!

 

이 높은 곳에 오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기어오른지 모르겠다. 절벽 옆엔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서 산 정상을 바라봤던 「신선 거주지」가 어딘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절벽 위에는 기이한 소나무 외엔 아무런 생물을 볼 수 없다. 오직 창공을 가르던 솔개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운해 속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어간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머리 위가 바로 전설 속의 신선들이 사는 곳이지만 일단 정비 좀 한 뒤에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지금 당장 급한 건 망가진 등산 장비들을 정비하고 몇몇 가벼운 상처들을 돌보는 것이다. 절운간 초입 시 한 농부가 연고를 줬다. 그 연고는 좀 따끔하긴 하나 효과가 아주 탁월하다.

 

이렇게 높은 산 정상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불편한 일이다. 운해의 뼈가 시릴 듯한 차가운 한기가 텐트 사이로 계속해서 세어 들어와 잠을 편히 잘 수가 없고 모닥불을 피워도 금방 꺼진다. 산 정상에 사는 선인들은 이 한기들을 미워하진 않을까? 또, 고독함을 느끼진 않을까?

 

날밤을 새고 달이 드디어 운해 속으로 사라졌다. 배낭을 확인하고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최정상의 선인들이 거처하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높은 곳엔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란다

@제8권 보기

——청허포——
또 다시 분실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일지 표지에 이끼로 번호를 새겼으니, 가방 안에서 눈에 확 띄어. 오늘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잃어버리지 않겠지. 만약 또 잃어버린다면 「모험가」라기보단 「덜렁이」가 더 어울릴 것이다.

 

천형산 산어귀를 지나 서쪽으로 가면 현지인이 「청허포」라고 부르는 유적이 나온다. 유적은 얕은 못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사방이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당 유적의 돌로 만들어진 누각들은 바위 신이 만든 자연 풍경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새벽안개가 걷히며 바위와 유적에 햇볕이 쏟아진다. 보아하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이 유적들은 바위 신이 리월을 장악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고 한다. 리사교 일대는 마신 전쟁 시기에 물에 잠겼었다. 그 당시 바위산은 물 위로 자그마한 섬만 보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물이 빠지면서 선조들이 남겼던 오랜 누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일전에 망서 객잔에서 소라야라고 불리는 수메르 학자를 만난 적 있다. 그녀는 리사교의 유적에 대한 상당히 연구한 듯 이 화제를 언급하자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길 이 폐허는 지금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마신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남긴 것으로 상전벽해가 일어나며 안하무인이던 마신이 패배했고 선조들이 남긴 높은 성루와 신전 또한 버려지게 되며 오늘날의 청허포가 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던 전쟁이 끝난 뒤에서야 유적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어쩌면 이 황폐해진 담벼락은 오랜 세월을 산 선인이나 신에게 있어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일지도… 어쨌든 그 후 이 유적의 고요한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항구 도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고, 층암거연의 채광에도 아무런 피해 없이 오늘날까지 남게 됐다. 오히려 최근 층암거연의 채광이 끝나게 되면서 마물들이 유적을 점거하게 됐다. 그들이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

 

이건 간단한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더 많은 증거를 얻고자 한다면 나는 북쪽으로 가서 성법 관문과 둔옥릉의 유적을 확인해야 한다.

 

출발하려고 할 때 에드워드와 또 만나게 됐다. 그녀는 이번에는 동료를 데려온 것 같다. 그녀는 모험가로서 매우 바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유적 안으로 사라졌다.

@제9권 보기

——드래곤 스파인——
리월의 강기슭과 초원에서 위로 가다 보면 드래곤 스파인 남쪽의 지역은 완만한 경사와 눈보라가 잔잔하다. 그리고 수원도 얼지 않아 야영지를 세우기 좋은 장소이다. 물자가 준비되면 여기를 기지로 삼고 산 정상을 향해 출발할 것이다.

 

야영지를 세운 뒤 주변의 유적도 슬쩍 탐사했다. 이곳의 유적은 아주 흥미롭다. 건축 스타일과 그림의 사소한 부분은 다른 지역의 이름 없는 오래된 건물과 놀랄 만큼 일치한다. 이로 볼 때 전설에 나오는 고대 설산의 나라가 내 발아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적 안에서 이와 관련된 어떠한 글귀도 발견하지 못하여 고대국가의 역사를 확증하기 어렵다. 어쩌면 더욱 높은 곳, 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에 더 많은 정보가 숨겨져있을지도.

 

여기서 밤을 지새우는 건 힘들다. 뼈에 사무치는 차가운 바람이 계곡을 따라 불어오며 텐트를 흔들어 악몽을 꾸게 만든다. 수원이 있는 곳의 동굴로 바람이 들어가며 귀신 울음 같은 소리가 메아리치는 걸 보니 분명 큰 공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굴 입구가 울타리로 막혀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

 

조금 있다가 계속해서 산을 향해 나아갔다. 가는 도중 비교적 가까운 연대의 유물을 발견했는데 마치 귀족이 몬드를 통치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듯했다. 난 옷 조각과 너덜너덜해진 무기를 발굴했는데 두꺼운 눈과 얼음이 부식을 지연시켜 안에 묻혀있는 물건들이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물의 분포 상황으로 보아 이 산길에서 다툼이나 살인이 일어났었던 것 같다.

 

흉포한 눈보라와 험악한 변화도 인간의 야심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신에게 버려진 이 빙설의 대지조차도 결국 인간의 죄악에 얼룩져 버렸다.

 

산길 따라 올라가자 눈보라가 점점 강해지고 기온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졌다. 난 북동쪽의 유적 하나를 탐색했는데 믿을 수 없게도 일 년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곳의 유적 안에서 얼지 않은 물을 발견했다. 위치로 보면 아래 그 계곡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구역은 너무 추워서 동사와 익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유적의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기호를 남겼고 이게 눈보라에 파묻히지 않기를 빈다.
이곳은 어쩌면 고대 국가의 지하 피난소였으나 오랜 시간 동안 스며든 지하수에 잠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천 년 전의 고대에는 폭군이 죄수를 감옥에 가둔 뒤 천천히 많은 양의 물을 쏟아부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그저 죄수들로 하여금 점점 불어나는 물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자신을 천천히 집어삼키는 걸 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이러한 형벌은 너무 잔인하다. 하물며 이런 혹독한 추위라면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동쪽 산길은 조금 가파르다. 난 여기서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다행히 찰과상으로만 그쳤을 뿐 뼈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방한복이 얼음 모서리에 크게 찢겨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안으로 스며들어 상황이 좋지 않다.
상처에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석을 찾아 찢어진 옷을 꿰맬 수 있었다…하지만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 후 동사하기 직전에 야영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손발을 녹이며 양말을 벗었을 때서야 발가락 3개가 보라색으로 얼어붙은 걸 발견했다…어쨌든 죽다 살아난 느낌은 정말 좋다.

 

눈보라가 잠시 멎었을 때 위를 올려다보니 자잘하게 부서진 거대한 바위들이 설산의 정상을 에워싼 채 맑은 하늘 위에 떠있는 듯했다. 노래 속의 그 산골짜기에 묻힌 고대 마룡도 그 썩은 눈으로 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산 기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산은 마치 신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역처럼 이해할 수 없는 운명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을 것이다. 몬드의 오래된 동화에서 이 설산은 시간의 바람에게 버려진 징벌의 대지로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얼어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뭔가가 꿈틀대고 있다. 난 꿈속에서 그 부름을 느꼈다——그건 마치 속삭이는 노래처럼 달콤하고도 불길했다.

 

탐험이 순조롭진 않았지만 다행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다만 이 기회를 놓친다면 또 언제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난 리월을 계속해서 탐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잃어버렸던 물자를 보충하고 겸사겸사 물에 젖은 이 일지를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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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게시자: 너나우리 / 5분 전 / 댓글: 0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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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n39

    동일하게 원하는게 안나오는 정확성ㅠㅠ
    2021.03.10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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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게시자: 가나다라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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