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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려무나——꼬마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잊지 못할 몬드의 동화, 사냥꾼과 여우의 이야기 《민들레밭의 여우》, 총 11권의 이야기,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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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5, 6, 7, 10, 11권 : 페보니우스 기사단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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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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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려무나——꼬마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잊지 못할 몬드의 동화, 사냥꾼과 여우의 이야기 《민들레밭의 여우》, 총 11권의 이야기, 지금 시작된다

3.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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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권 보기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날아가렴」
꼬마 여우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후~하고 민들레 씨앗을 불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의 소원도 바람을 따라 바람의 신의 곁으로 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때 바람이 일어 수많은 민들레를 날려 보냈다.
내 꿈과 함께 좋은 곳으로 간 건가?

 

언제쯤의 일이었을까.
옛날옛적 마을 뒤에 조그마한 숲이 있었다. 숲속은 울창한 나무 천지였다. 숲 가운데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마치 몬드 대성당의 유리처럼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이 수면을 비추면, 마치 부서진 보석이 호수 밑에 잠긴 듯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날의 날씨는 쌀쌀했다. 난 활을 메고 숲속으로 사냥을 떠났다. 눈부신 호수를 보니 갑자기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 생각이 났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잘게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일 것 같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호수를 보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다 보니 사냥하러 나온 것도 잊어버렸다.
얼음이 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수는 서리꽃 때문에 얼고 있었다.
호수 곁에 있는 흰색 여우의 꼬리도 얼어서 정말 가여워 보였다.
「물 마실 때 조심하지 않아서, 꼬리가 서리꽃 옆에 있는 물에 빠졌구나」
서리꽃은 위험한 식물이다. 주의하지 않으면 동상을 입을 수도 있다. 서리꽃을 따려면 조심해야 한다.
내가 다가가자 여우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몸부림칠 때마다 언 꼬리가 뜯겨 나가는 아픔에 조용히 울부짖었다.
「이거 이래서는 안 되겠는데」
난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가여워. 가만히 두면 굶어 죽을게 뻔한데 오늘 수확인 셈치고 집에 데려가자」
내가 심은 무와 같이 삶아 먹으면 꿀맛이겠지? 고기를 삶을 생각을 하니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하여 난 사냥용 활을 꺼내 조심스레 다가갔다.
「여우야 착하지~ 움직이면 안 돼~」

@ 제2권 보기

「여우야 착하지~ 움직이면 안 돼~」
이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말이다. 여우를 잡을 때 이 말을 하고 나면 활을 당기는 손이 떨리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활을 쏘려고 하는 순간 난 고개를 든 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여우의 눈동자는 마치 호수처럼 반짝거렸고 부서진 보석 같았다.
내 마음은 막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어지럽기 그지없었다. 빗나간 화살에 여우 곁에 있는 얼음이 깨졌다. 여우는 꼬리를 꺼낸 뒤 날 한번 보더니 바로 숲속으로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뒤 바로 뒤쫓아 갔지만 여우보다 빠른 사람은 없을 터...
흰색 여우의 뒤 모습은 점점 작아져 흰색의 점이 되어 내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여우야──! 잠...잠깐만──」
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힘껏 소리쳤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여우의 동작도 느려졌다.
「날 기다리는 건가?」
난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도망을 친다면 여우가 사람보다 느릴 수 없잖아」
여우는 신기한 동물이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처럼 평탄하고 한눈에 끝이 보이는 곳에서 달리더라도 여우는 종종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마치 다른 세계에 간 것처럼...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흰색 여우가 날 기다리고 있는 거야. 틀림없어」
여우의 기다림을 믿고 흰색 점을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걷는 도중에 갑자기 바람이 일었다.
난 몸을 떨었다가 다시 앞을 내다봤다.
「이상하다?」
흰 점은 갑자기 2개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3개, 4개가 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많아지는지 마지막에는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이때 흰 점이 갑자기 내 눈으로 날아들었다. 따금하여 눈을 비비니 주위에 있는 흰 점이 모두 흩날리는 민들레인 걸 알게 되었다. 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난 헛웃음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고기 없이 삶은 무를 먹었는데, 입에 맞지 않았다. 공복감을 전혀 달래지 못한 난 허기에 시달리다 잠에 빠졌다.
그러다 문밖의 자그마한 기척에 깨어나게 된다...

@ 제3권 보기

여우를 잡지 못해 삶은 무로 끼니를 채운 난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후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우의 일도 아마 잊었을 것이다.
문밖에 기척이 나는 것 같아 갑자기 잠에서 깼다.
「멧돼지가 우리집 무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아니겠지?」
난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보니 문밖에는 자그마한 흰 여우가 서있었다.
어두운 밤 속에 서있는 여우는 마치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빛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분명 낮에 봤던 그 여우야──」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눈은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여 난 맨손으로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여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여우는 가만히 서서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갈수록 여우의 몸집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여우 앞에 서니, 여우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키가 크고 목이 길쭉하며 피부가 하얀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 같았고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정말 아름답군. 그래,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너무나도 닮았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그 아이와 똑같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여우의 요술이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우의 요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눈동자만 보면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요술이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든, 그 호수와 보석 같은 눈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서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공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난 알아 들었다. 이것도 여우의 요술이겠지?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전 호수에서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여우는 은혜를 갚아야 된다는 도리를 알고 있어요 꼭 보답할게요」
그녀는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은 어깨 밑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 제4권 보기

그날 밤 이후 또 며칠이 지났지만 여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앟았다.
그런데 최근 숲의 사냥감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작은 참새, 긴 다리 학, 성질 급한 멧돼지 등등...
계절 때문일까 아니면 여우의 보답일까. 어쨌든 최근엔 매일 밤마다 진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배고프던 시절에 잠을 더 잘 잔 것은 왜일까? 분명 배는 부른데 그날 만났던 여우가 둔갑한 여자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호수 같은 눈동자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꾸벅 졸고 있는데 문밖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하얀 모습을 기대하며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호수 빛 눈동자도 부드러운 순백의 꼬리도 없었다. 오직 민들레가 밝은 달빛 아래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뭔가가 내 콧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에──에취!」
그 순간 복슬복슬한 흰색 민들레가 떠오르며 눈보라처럼 하늘을 가득 메웠다.
민들레의 눈보라 사이로 그 보석 같은 눈이 마치 내 속마음을 꿰뚫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민들레의 소용돌이를 털어내고 작은 여우에게 다가갔다.
여우가 귀를 떨고 커다란 꼬리로 풀을 스치더니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황급히 뒤쫓았다.
숲의 검은 그림자 사이로 은은한 흰색이 간간이 어른거린다.
마치 나뭇잎 사이로 비친 달빛 같거나 심술궂은 정령들이 우아하게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여우를 믿고 그 뒤를 따라 빙글빙글 떠돌다 어두운 숲을 빠져나왔다.
달빛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뿐사뿐 부드러운 마치 소녀가 맨발로 솔잎과 낙엽을 밟는 소리 같았다.
여우가 내 등 뒤로 다가왔다. 밤바람을 타고 그녀의 차갑고 습한 기운이 민들레 꽃의 살짝 쓴 향기와 함께 실려왔다.
길고 가는 손가락을 가진 차가운 두 손이 내 어깨 위에 놓인다.
그리고 그녀가 내 귓가에 얼굴을 기대자 긴 머리카락이 내 어깨에 걸쳐져 흘러내린다.
등 뒤로 그녀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껴지자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여기는 여우밖에 모르는 장소에요[39]. 바로 민들레의 고향이죠」
「부디 여기 남아서 제 아이들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쳐 주세요...」
「그에 대한 답례로 여우의 요술을 가르쳐 줄게요」
따뜻한 밤바람이 데려온 민들레가 귓가를 스치듯 귀를 간지럽힌다.
이상해. 그녀에겐 요술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그녀는 아무 대답도 없이 내 손을 잡고 민들레 바다 깊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남쪽에서 불어온 밤바람과 북쪽에서 불어온 밤바람이 살짝 쓴 향기와 아련한 기억을 품은 채 불어왔다.
그녀는 달이 하늘 높이 떠오를 때까지 나를 데리고 하늘 가득 퍼져있는 하얀 융단 사이에서 여우처럼 장난쳤다.

@ 제5권 보기

어디인지 모를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밭에 서서, 바람이 일 때마다 하늘하늘 흩날리는 민들레를 보며 난 깨달았다.
「사냥하면서 쫓다가 갑자기 사라진 여우들이 다 여기에 숨어있었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야」
꼬마 여우에게 말을 가르쳐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뭔가 텅 빈 것만 같았다. 마치 바람이 마음속에서 윙윙 부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면, 이젠 말을 걸 기회가 없어진 아주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까닭에 꼬마 여우랑 같이 있을 때면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서글펐다.
여우는 내가 여기에 남아 그녀의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쳐주면 「여우의 요술을 가르쳐줄게요」
라고 약속했다. 그 진지한 모습에 힘이 나곤했다.
요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스크 산호초에도 가고 싶어.
「아,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고기 없이 삶은 무만 먹을 일은 없겠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민들레 밭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꼬마 여우의 학습 속도는 무척 빨랐다! 말하는 법뿐만 아니라 셈하는 법, 무를 심는 방법 또 유리를 갈아 끼우고 식칼을 다듬는 방법까지 전부 가르쳐줬다.
우린 쉴 때마다 수다를 떨었다.
「왜 사람의 말을 배우려고 하니?」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요」
난 계속 물었다.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 제6권 보기

「왜 사람의 말을 배우려고 하니?」
꼬마 여우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공용어로 즐겁게 말했다.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요」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슬픈 질문을 들었다는 듯,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멀고 먼 숲속에서 한 남자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는 늑대처럼 몸이 희끗하고 눈빛마저도 늑대 같은 남자애였죠.
「요술을 막 배웠을 때라 전 몹시 흥분한 상태였어요. 두 발로 풀밭에서 산책을 하는 것마저도 재미가 쏠쏠했죠. 하지만 여우는 인간과 키 차이가 너무 났어요. 보는 것도 달랐고 맡는 냄새마저도 달랐죠
「선생님은 이해하시겠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을 잃은 거예요」
그는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울상이 되어 말했다.
그 남자애는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고 꼬마 여우는 마물까지 만났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회색의 옷을 입은 늑대 같은 남자애가 나타나서 마물을 물리치고는 말없이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으로 변해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남자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꼬마 여우는 기쁘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난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난 네 친구가 아니니?」
꼬마 여우는 진지하게 공용어로 답했다.
「엄마가 아저씨는 선생님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과 학생은 다르대요──하지만 이렇게 말하니 또 죄송하네요」
그는 난감한 듯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꼬리로 주위에 있는 민들레를 툭툭 치면서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생각났어요」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선생님한테 가르쳐 줄 수 있는게 있으면 저도 선생님이 되는 거잖아요.」
「선생님도 저도 다 같은 선생님이면 서로 다른게 아니겠죠?」
말이 아직 서툴긴 해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저만 알고 있는 마법을 가르쳐드릴게요」

@ 제7권 보기

「선생님. 저만 알고 있는 마법을 가르쳐드릴게요」
말이 아직 서툴긴 해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작은 민들레를 꺾었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날아가렴」
꼬마 여우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후~하고 민들레 씨앗을 불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의 소원도 바람을 따라 바람의 신의 곁으로 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때 바람이 일어 수많은 민들레를 날려 보냈다.
「봐요. 바람의 신이 제 소원을 들으셨어요」
그는 기쁘게 말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그야 당연히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빌었죠」
꼬마 여우는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어요. 여우의 성대 구조가 인간이랑 많이 달라서 말을 가르쳐주시느라 애 많이 쓰셨죠?」
여우는 어느샌가 우리의 곁으로 왔다. 그녀의 눈은 호수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선 속에서 꼬마 여우는 조용히 민들레 밭으로 몸을 숨겼다.
「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 제8권 보기

「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뒤로 그녀가 뭐라고 했지만 무슨 말인지 듣지 못했다. 장난기 가득한 밤바람이 민들레를 안은 채 그녀의 작은 목소리를 뒤덮었다.
어쩌면 그게 본래 그녀의 말이자 바람과 민들레의 언어일지도?
그녀는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는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 휘어진 눈동자는 마치 호수에 비치며 흔들리는 두 개의 달처럼 반짝였다.
「그럼 당신은 왜 여우의 요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건가요?」
「난 여우의 변신술을 배우고 싶어. 그러면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난 이렇게 답했다.
「하하, 그럼 사냥할 때도 수풀 사이에 몸을 웅크리지 않고 매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겠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할 때 수중의 민들레가 내 바람을 들은 것처럼 달을 향해 흩어졌다.
「그래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검은 폭포같이 긴 머리카락이 하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창백한 달빛이 머리카락을 비추고 또 하얀 피부에 닿자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그림자를 비출 듯이 반짝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얼굴이 빨개진 채 시선을 살짝 돌렸다.
여우는 사람처럼 수치심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숨기는 것이 아닌 자유분방한 동물이다.
처음 보는 것도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달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비출 때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언짢은 눈치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민들레 바다에 앉아 있었다. 긴 침묵에 그녀를 화나게 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우는 은혜를 알아요. 당신의 소원을 이루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의 변신술을 알려줄게요」
여우는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
호수 빛 눈동자가 달빛 아래 반짝이며 안심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화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나는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 제9권 보기

여우는 똑똑한 동물이다. 똑똑한 데다 교활하기까지 하다.
새끼 여우는 아주 빨리 배웠다. 그리고 대답하기 곤란한 어려운 질문도 가끔씩 던졌다.
사람의 언어는 순수한 동물의 언어와는 달리 복잡하고 정교하다
가끔 언어는 고양이가 할퀸 실타래처럼 사방에 걸려 학생의 혀를 방해한다. 때때로 선생까지도 그 안에 끌어들어간다.
하지만 똑똑한 여우는 인간의 말 중 바람을 뜻하는 많은 단어를 금방 배웠고 민들레가 흩날리는 모습과 달이 연못을 비츠는 모습을 간단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새끼 여우가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도, 새로 배운 언어를 바람과 민들레, 그리고 대지에 덧붙일 때도 그녀는 늘 곁에서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새끼 여우의 빠른 성장에도 난 기뻐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어진다면, 그녀는 나를 민들레 바다에 계속 머물게 할까?
그때가 되면 나는 또 이 달빛 아래서 그 부드러운 눈동자와 마주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를 민들레 바다 깊숙이 끌고 와 장난치며 북풍과 남풍이 불어오며 나는 쓴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우울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밤, 좋아하던 아이와 헤어질 때도 지금과 같은 달이 밤하늘에 떠 있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어요」
어느새 여우가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검은색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반짝이는 달빛이 머리카락을 비추자 마치 물처럼 흘러내렸다.
「인간의 말을 익힌다면 새로운 친구를 더 많이 사귈 수 있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 아이가 인간의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전보다 더 밝아졌거든요」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인간의 말을 다 가르쳐주고 나면 어디로 갈 건가요?」
순간 그녀의 반짝이는 호수 빛 눈동자에 사로잡혀 대답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것도 여우의 요술일까?
여우는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한숨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달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달빛이 비치는 민들레 바다 한가운데로 나를 이끌었다.
그것을 본 새끼 여우는 꼬리를 흔들고 몸을 돌려 민들레 사이로 숨어들었다

@ 제10권 보기

꼬마 여우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멀리 가면 갈수로 그의 모습은 작아졌고 마지막엔 흰색의 작은 점이 되어 민들레 밭 사이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여우는 날 향해 걸어왔다.
한 걸음, 두 걸음...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여우는 점점 커져갔다.
내 앞에 서있게 됐을 땐 여우가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키가 크고 목이 길쭉하며 피부가 하얀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 같았고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정말 아름답군. 그래,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너무나도 닮았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그 아이와 똑같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요술이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든, 그 호수와 보석 같은 눈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밭에 그렇게 서있었다.
그러다 내가 먼저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깼다.
「이게 바로 내게 가르쳐주겠다고 한 여우의 요술이야?」
「맞아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녀는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은 어깨 밑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어린 여우와의 이별 때문에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지만 변신술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흥분이 됐다.
요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스크 산호초에도 가고 싶어.
「아,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고기 없이 삶은 무만 먹을 일은 없겠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부터 가만히 계시면 돼요」
그녀는 내 주위를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씩 더 돌 때마다 그녀의 몸은 점점 커져갔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민들레까지 점점 커졌다. 발 밑에 겨우 오던 민들레는 점점 커져서 내 허리를 넘겼고 마지막엔 하늘 높이 솟은 나무 같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서야 그녀가 거인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제11권 보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서야 내가 민들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부하고 싶어도 별수 없었다. 민들레는 혀도 없고 입도 없어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인 같은 그녀가 민들레로 된 나를 엄지와 식지로 조심스레 따는 걸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가렴──」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후~하고 불자 민들레의 씨앗까지 흩어져 버렸다. 나도 폭풍에 휘말려 멀리 날아가 버렸다.
폭풍에 감기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호수에 잠겨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는 나의 의식과 함께 그녀의 소원처럼 점점 멀어져만 갔다.
「──바람의 신이여, 여우가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더 이상 사람의 활과 칼이 두렵지 않도록」
··· ···
깨어나자 마을 뒤에 있는 숲속이었다.
숲속은 울창한 나무 천지였다. 숲 가운데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마치 몬드 대성당의 유리처럼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이 수면을 비추면, 마치 부서진 보석이 호수 밑에 잠긴 듯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날의 날씨는 쌀쌀했다. 난 활을 메고 숲속으로 사냥을 떠났다. 눈부신 호수를 보니 갑자기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 생각이 났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잘게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일 것 같았다.
그래, 반짝이는 호수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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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게시자: 너나우리 / 5분 전 / 댓글: 0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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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n39

    동일하게 원하는게 안나오는 정확성ㅠㅠ
    2021.03.10 / 삭제

    자료 이름은 이렇게 저렇게 표기

    최초 게시자: 가나다라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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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게시자: 가나다라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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