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 순군첩-
남자: 범해
여자: 심청
노파: 장 할멈
축: 장삼, 이사, 왕어멈
[제1장]
(심청, 장 할멈 등장)
(방백)
심청: 요즘 기분이 안 좋아서 잠을 못 자요.
심청: 착한 일을 했던 그분을 잘못 오해했기 때문이겠죠?
심청: 그분은 팔찌를 제게 돌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전 고맙다는 말도 이름도 묻지 않고 욕만 했잖아요.
심청: 너무 부끄러워요. 은인을 찾고 싶은데, 이 넓은 항구에서 그분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장 할멈: 이 할망구가 봤을 때 아가씨는 슬퍼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어.
심청: 네? 장 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 할멈: 팔찌를 주워준 사람을 찾는다는 대자보만 붙이면 되잖어. 모라도 지급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안 나타나겠어?
(옳다구나)
심청: 속설에───
심청: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하고 금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더니.
(심청이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심청: 이 방법으로 은인을 찾고 싶긴 하지만, 정말 이걸로 나타날지 고민이에요.
(방백)
장 할멈: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그냥 이렇게 혀!
장 할멈: 이 할망구 한번 믿어봐. 손해 보는 일 없을 테니까.
(심청, 장 할멈 퇴장)
[제2장]
(장삼, 이사, 왕이석 등장)
(지화자)
장삼: 난 장삼이야.
이사: 난 이사야.
왕이석: 난 왕이석이야.
장삼: 저거 봤어? 보수 받으러 가자.
이사: 저게[33] 적혀있는 게 진짜 나라고?
왕이석: 바보들이나 정직하게 말하는 거지.
(방백)
장삼: 형씨들, 전부 심청이라는 아가씨한테 모라 받으러 가는 거야?
이사: 맞아.
왕이석: 맞아.
이사: 너도 심청 아가씨 비녀 주운 거야?
왕이석: 내가 기억하기론 귀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한 것 같은데?
이사: 뭔 소리야! 비녀거든!
장삼: 멍청아 향낭이야!
왕이석: 됐다 됐어. 우리가 뭘 주웠던 안 주웠던 무슨 상관이야?
장삼: 하하하하.
이사: 하하하하.
(장삼, 이사, 왕이석에서 심청으로 넘어온다)
장삼: 아가씨 향낭은 나 장삼이 주웠는데. 사례는 준비됐겠지?
이사: 꺼져. 전에 나 이사가 비녀를 돌려줬으니까. 사례는 내 거야.
왕이석: 둘 다 닥쳐. 나 왕이석이 귀걸이를 돌려줬었으니까. 그건 내 거야!
심청: 이게···아이고 머리 아파.
심청: 전 여러분들을 뵌 적이 없어요. 만약 제가 진짜로 귀걸이, 향낭, 비녀 같은 걸 잃어버렸다면 내가 모를 리 있겠나요?
장삼: 분명 물고기 판다고 바빠서 잊어버린 걸 거야. 그냥 나한테 주면 다 끝나.
이사: 빨리 모라 내놔!
왕이석: 안 주면 네 가게 전부 부수고 안 좋은 소문 내버린다!
심청: 와~ 저 염치도 없는 것들은 또 어디서 온 거야.
심청: 장 할머니. 할머니 말 따랐다가 어떻게 됐나 보세요.
장 할멈: 아가씨 걱정 마. 내가 다 쫓아내줄 테니까.
장 할멈: 여보게들!
(장삼, 이사, 왕이석이 일제히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장 할멈: 이 할망구가 너희 같은 도둑놈들 잡는다고 일부러 가짜 대자보 붙인 거여!
장 할멈: 너희가 가져온 건 전부 가짜야! 빨리 심청의 비녀, 귀걸이, 향낭 가져와!
장 할멈: 안 가져오면···
장삼: 안 가져오면 뭐?
장 할멈: 진귀한 유리백합을 말려 만든 비녀, 상급 야박석으로 만든 귀걸이, 외국에서 구매한 향낭···
장 할멈: 전부 배상해야지! 모라는? 빨리 모라 내놔!
(장 할멈이 빗자루로 장삼, 이사, 왕이석을 때리며 내쫓는다)
장삼: 아야!
이사: 모라 필요 없으니까 때리지 마!
왕이석: 어서 물건 주운 놈 찾아서 본때를 보여주자고!
[제3장]
(장삼이 범해를 데리고 등장)
(방백)
장삼: 도둑놈아! 네놈이 아가씨 물건 훔친 바람에 우리가 맞았잖아!
범해: 나 범해는 도둑질 같은 추잡한 짓을 할 사람이 아냐. 어디 증거도 없이 함부로 몰아가는 거야.
장삼: 이놈 봐라. 말 한번 잘하네. 나랑 같이 분실자 만나러 갈 자신 있어?
범해: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가면 가는 거지! 가서 내가 결백하다는 걸 보여주면 될 거 아냐.
(장삼, 범해에서 심청으로 넘어온다)
장삼: 물건을 잃어버린 건 이 심청 아가씨니까. 이번엔 무슨 핑계 대는지 보자.
범해: 당신이었군요!
(얼씨구)
범해: 요전에는 아가씨가 갑자기 화를 내서 이를 설명할 시간이 없었소이다.
(절씨구)
범해: 아가씨 날 음해하지 마시죠. 나 범해는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이오.
범해: 난 성실하고 전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아녀자의 장신구를 훔치는 취미 따윈 없소이다.
범해: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팔찌를 줍자마자 바로 돌려줬소.
(방백)
심청: 범해라는 분이셨군요.
심청: 장사님께 또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심청: 제가 사과드립니다. 만약 용서받지 못한다면 재차 사과드립니다.
(심청이 앞으로 가 범해에게 사과한다)
심청: 장사님, 아까는 오해였어요. 사실···
(범해가 고개를 돌린다)
범해: 흥.
(심청이 가볍게 웃고는 다시 앞으로 간다)
심청: 사실 다른 사연이 있었어요.
심청: 장사님께서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으시고 가셨기 때문에 보답을 하려면 장사님을 찾아야 했죠.
심청: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같은 사태가 발생한 건 모두 제 탓이에요.
심청: 소녀 심청이 장사님께 사과하겠습니다.
범해: 네?
(얼쑤)
범해: 억울해서 원망 했건만 설마 오해였을 줄이야.
범해: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얘기해야겠군.
(방백)
범해: 큼큼, 묻고 싶은 게 있소이다.
범해: 이 일은 오해였다고 말씀하셨소만,
범해: 팔찌를 찾아준 사람을 찾기 위해 붙인 글이 하마터면 저를 죄인 취급할 뻔할 게 맞소?
심청: 네. 다시 한번 장사님께 사과드립니다.
(범해가 심청을 바로 세운다)
범해: 아가씨 그만 미안해하셔도 됩니다.
범해: 저도 소리를 크게 질러 아가씨를 놀라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심청: 아니에요···
(범해가 예를 표한다)
장삼: 엥?! 왜 서로 고개 숙이고 자빠졌어? 모라를 주는 거야 마는 거야?
장 할멈: 닥치고 있어. 두 사람이 얘기하는데 어디 네가 껴들어!
장 할멈: 운근의 극을 관람하러 온 어르신들이랑 아가씨들은 네 헛소리 들으러 온 게 아니니까.
장 할멈: 저쪽에나 가있어!
(장 할멈, 장삼 퇴장)
심청: 그러고 보니 전 매일 여기서 생선을 팔고 있습니다만, 왜 장사님을 뵌 적 없는 걸까요?
범해: 저도 매일 여기를 지나 일하러 가나이다.
범해: 어쩌면 사람이 많아 못 본 걸 수도 있지요. 인연이 닿는다면 내일이라도···
심청: 그렇군요···내일도 여기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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