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로닌

「생명은 꽃처럼 시들 수밖에 없는가?」
「불같은 영광은 결국 먼지 속에서 꺼질 수밖에 없는가?」
「찬란한 업적도 결국 퇴색되어 흩어지기 마련인가?」
「뭇꽃처럼 찬란하고 노랫소리처럼 경쾌하다 할지라도…」
산봉우리를 몇 번이나 넘었는지, 겨울을 몇 번이나 보냈는지, 그녀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매년 잿불꽃이 피기 전, 광산의 여주인은 홀로 굳센 바위 협곡의 외딴곳으로 향해
오래된 전통에 따라 여명을 목도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이슬을 머금은 꽃을 바쳤다.
차가운 흑요석처럼 단단했던 그녀의 심장은, 세월에 마모되어 온화해졌다.
그러나 이 온화함을 누릴 사람은 모두 성화 속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광산의 굉음과 장인들의 노래가 그녀를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깨웠다.
부족 족장들의 대행자는 나나치카얀의 메아리가 이곳까지 울려 퍼졌음을 깨달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고독한 산지는 지금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숨어있을 수밖에 없던 시절에 젊은이들이 꿈에 그리던 소리였다.
그것은 찬탈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항쟁하던 생명들과 미래, 그리고 문명에 바치는 태동 소리였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대행자도 웃음을 터뜨리며
붉은 눈동자의 소년이 가르쳐줬으나 장난으로 여기고 부끄러워서 단 한 번도 그에게 불러주지 않았던 그 노래를 불렀다:
꽃 달린 북과 눈물 맺힌 이야기로 바위산 사이에서 울리는 노래에 응답하라.
진흙 묻은 수석, 메아리치는 산마루, 울리는 산 그리고 불 단조 담금질의 축복을 중생에게 전해라.
뭉치고, 흩어지며, 불탄 후 다시 살아나니, 새로 피어날 불꽃을 위해, 새벽의 한켠을 밝혀라.
부족의 권력이 다시 부족으로 돌아온 후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이야기가 흩어졌다.
「평화를 단조한 자」 사쿠크가 남긴 노래는 오늘날에 잊혔지만
그 거세고 날카로운 박자는 망치 소리와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예로부터 뜨거운 리듬은 광산에 흐르는 피이며
단조 망치가 내뿜는 불티는 항쟁하는 자에게 선사하는 시들지 않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꽃처럼 시들 수밖에 없는가?」
「모든 소란이 잠잠해지면, 마음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세상에 영원히 머무는 사람은 없고 모든 건 순간의 여정에 불과하나」
「이곳에는 뭇꽃과——노랫소리가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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