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스카

그것은 먼 옛날, 신성한 주인이라고 자칭하는 찬탈자가 자신이 유일하게 경애하는 신을 위해 연맹을 배신했던 시절의 일이다.
인간과 용 사이의 맹세는 마치 사그라든 모닥불처럼 퇴색되었고, 잿더미성의 고독한 그림자는 그것을 으슥한 밤의 영역과 함께 두려움 어린 속삭임 속에 묻어 버렸다.
쇠락한 평화는 따스한 햇살과 함께 서서히 멀어졌고, 뱀왕의 웅장하고 어리석은 꿈속에는 차가운 밤바람만이 남았다.
당시 주인을 잃고 혼란에 빠진 높은 절벽에서, 몰래 반기를 든 꽃깃회의 장로가 한 소년을 부족에서 내쫓았다.
이는 용을 보호하기로 결심한 소년이 찬탈자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독수리와 같은 용기를 지닌 영웅은 그날 밤 순례길에 올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태양처럼 타오르던 그 눈동자는, 이제 차디찬 물처럼 한기를 흩뿌리는 달무리만을 비출 뿐이다.
후대의 시인들은 여덟 현의 냐티티를 연주하며 붉은 눈을 가진 해방자의 전설을 노래했다.
환상에서 탄생한 수많은 시와 노래는 별처럼 반짝였고, 그 모험 이야기에 대한 논쟁은 수 세기에 걸쳐 이어졌다
「자, 와서 들으라. 영웅의 이야기를, 붉은 눈동자의 구세주와 그가 함께했던 옛 친구의 노래를」
「그를 여정으로 인도한 것은 한때 용의 주인을 섬겼던 고귀한 계승자로, 눈동자에서 깊은 하늘과 별빛의 색채를 뿜어내는 붉은 독수리였다」
「나는 그 신성한 새가 어쩌다 그의 명예로운 이상에 감동하였는지를, 또 어떻게 자신의 피와 살을 이 예리한 활로 바꾸었는지를 노래하리라」
「나는 그것이 어떻게 깃털로 그 축복받은 영웅을 인도하였는지를, 그 인도를 통해 그와 우리의 고귀한 선조 사쿠크가 어떻게 만났는지를 노래하리라」
그렇게, 소년이 홀로 순례의 길에 올랐다는 것을 믿지 못한 시인들은 존재하지 않는 인도자를 만들어냈다.
「내가 노래할 전설은 메아리 아이의 그것과는 다르다. 붉은 눈의 영웅이 어찌 숲속 새의 지저귐을 아무 의심 없이 따르겠는가?」
「그가 평범한 인간이었을 리 없다. 불의 근원과 함께 묻힌 자가 품었던 의지의 한 가닥이자, 억압받는 생명들을 구원하기 위해 밤 영역에서 돌아온 자가 틀림없다」
「이 활이 바로, 닿을 수 없는 금지된 땅에서 그가 돌아왔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에 지나지 않는 자가 무슨 수로 저주받은 잿더미성을 불태웠겠는가?」
「다시 한번 나타에 위기가 도래했을 때, 그는 불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어 이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를 인도하리라」
소년이 인간의 몸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것을 믿지 못한 시인들은 그를 최초의 인간신과 연관 지었다.
전설에는 너무나도 많은 판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무명 영웅에 관한 노래들은 어느 한 소절도 사실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 달빛처럼 흘러갔지만, 유일하게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은, 붉은 눈동자의 소년이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다」라는 믿음은 불타는 들판에서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영웅을 동경하는 나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고귀한 자의 이름을 숭배할 필요도, 자신을 제외한 다른 존재에게 의미 없는 기도를 올릴 필요도 없어」
「모두를 이끄는 신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내 이름을 지워줘, 사쿠크」
「넌 불로 돌아갈 때 나를 데리고 가는 것조차 거부했지… 심지어 내 이름과 같이 역사에 실리는 것도…」
「…너무 이기적인 결정이잖아. 다들 그렇다니까, 너도 그렇고 그 사람도 그렇고」
「…흥. 그렇다면 나도 내 나름대로 욕심을 채워보도록 할까, ■■■■■」
「네가 남겨준 이 깃털을 네가 돌아가지 못한 고향에서 천 년 동안 전승되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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