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라니

오늘날 신화로 불리는 먼 옛날, 거대한 용이 여전히 불타는 들판을 활보하던 시절.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쌍둥이 영웅은 악룡의 시체 앞에서 다시 한번 재회하고 맹세했다.
「아버지는 용의 주인의 변덕으로 목숨을 잃었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비옥한 땅과 광산의 친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후푸와 익키에는 다시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성한 약스체 나무 앞에 맹세하노니, 죽음과 파멸, 그리고 고통을 모두 씻어내어…」
「세상의 강자가 다시는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낮과 밤이 없는 이 땅에 빛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게 쌍둥이 영웅은 「힘」과 「축복」의 길을 따라 모험을 떠났다.
성질이 불같은 소년과 차분하고 조용한 소녀가 서로 동행하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했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그대는 비바람을 부르고 하늘을 울리는 거대한 용입니다」
「내기를 하는 게 어떻습니까? 만약 그대가 번개를 세 번 소환한 후에도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공격을 세 번 받아내는 겁니다」
「고고하고 존귀한 용이시여, 설마 평범한 인간과 내기할 용기도 없는 건 아니겠죠?」
이렇게 평범한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기력으로 자칭 태양의 신이라 자처하는 오만한 자에게 도전했다.
그들은 산악을 뒤흔드는 번개에 맞서 싸웠고, 결국 바람총으로 거짓된 태양을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보셨습니까, 존귀하신 왕이시여. 평범한 인간의 조잡한 기술로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보석을 만들어낼 수 있겠습니까?」
「저와 우둔한 오빠는 주인님의 명에 따라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비약을 바치러 왔습니다」
「주인님이 주신 보석이 여기 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휴, 저희가 당신을 해칠 리가 없잖습니까?」
그것은 평범한 인간은 본 적 없는 불 단조 기술로 만들어낸, 원본과 똑같은 보석이었다.
지진을 일으키는 거대한 용은 보석에 속아서 비약을 마신 후, 힘을 잃고 뭇 산에 생매장됐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많은 모험 전설은 훗날 각각 비옥한 땅과 광산 전통의 기원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길이 끝나는 교차로에서 용사를 만난 쌍둥이 영웅은, 그와 함께 밤바람을 향해 나아갔다….
「용사여, 그대가 걷는 길이」
「모든 악룡을 없애고, 모든 고난을 씻어내는 길이라면」
「우리는 신성한 약스체 나무와 선조들에게 맹세할 것이다」
「아후푸의 바람총과 익키에의 불 단조가 그대와 함께하리라」

부족들의 깃발이 아직 회색 먼지로 뒤덮이지 않고, 맹세가 아직 빛바래지 않은 시절.
잿더미성의 새로운 왕은 아직 그 드높은 권력을 장악하지 못했고, 맹세를 배신할 음모도 꾸미지 못했으나.
한때 늘 붙어 다녔던 쌍둥이 영웅은 입장차이 때문에 서로 거리가 멀어졌다.
같은 핏줄로 태어났고, 근원의 불과 함께 묻힌 자와 같은 여정에 오른 그들이었지만
피의 원한에 사로잡힌 무인과 불 단조 장인은, 용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용사의 당부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용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래서 잿더미성의 주인이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도주한 악룡을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연맹에 충성하는 영웅 중, 아후푸만이 그 부름에 응했다.
족장인 그는 수많은 비옥한 터전의 전사를 이끌고 광산으로 쳐들어가서
나나치카얀의 주인에게 순순히 「산속에 숨어있는 흉악한 짐승」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며칠간의 대치 끝에 난폭한 호걸은 쌍둥이 여동생을 재회의 땅으로 초대했다.
그는 진심 어린 말로 상대방이 그날의 맹세를 떠올리도록 설득하려 했다…
「어리석구나… 참으로 어리석도다! 대장간의 연기에 취해 과거의 원한을 잊어버린 것이냐?」
「새로운 왕의 칙령이 내려졌건만, 아직도 그 흉악한 짐승들을 보호하다니, 연맹과 우리의 맹세를 저버리겠다는 것이냐?」
「오빠와 잿더미성의 찬탈자야말로 맹세를 저버린 배신자야. 어리석은 오빠… 용사의 당부를 잊었어?」
「평화를 사랑하는 용들을 해치려 든다면… 나나치카얀은 오빠를 연맹의 배신자로 간주할 거야」
「어리석은 오빠여… 오빠가 지금 추구하는 건 복수가 아니라 피의 굶주림일 뿐이야」
점차 격렬해지는 말과 조소하는 달빛이 그의 이성을 앗아갔다. 뜨거운 분노가 치솟자
과거에 거대한 용과 겨뤘던 영웅은 허리춤의 칼을 뽑아 친족의 목을 겨눴다.
원래는 광산의 조용한 족장이 새 왕의 칙령에 복종하도록 위협만 할 생각이었으나
솟구치는 진홍색은 모든 대화를 끝내고 절망적인 통곡만 남겼다.
「힘」과 「축복」을 향한 길의 끝에서 영웅은 가장 친한 사람을 품에 안고 불속으로 들어갔다.
두 족장이 행방 불명되자, 전쟁의 봉화는 타오르지 않았다.
왕은 용들을 용서하는 척하며, 협곡과 비옥한 땅에 사절을 보냈다.
사절은 두 부족에게, 새 족장이 선출되면 권력을 돌려줄 테니까 그전까진 권력을 상징하는 명예의 깃발을 연맹에 넘기라고 설득했다.
그리곤 용들을 보호하는 사람의 이름을 제거 명단에 몰래 기록했다.
훗날 부족의 대행자로 추앙받은 사쿠크는, 아직 운명이 그녀에게 정해준 길을 모르고 있었다…
주도면밀한 찬탈자는 권력의 장애물이 이토록 쉽게 제거될 줄은 몰랐다.
그가 슬퍼하며 기뻐하던 그때, 꽃깃회의 젊은 계승자가 또 다른 밀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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