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

나비로 우화하기 전까지는 주름진 초록색 고치에 불과한 것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홍학은 어린 시절 회색 털 뭉치에 불과했다.
훗날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현혹한 위대한 제사장 또한,
태어나서 오랫동안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부족에서 제사의 불을 관리했던 노인은 그를 밤의 불길 속에서 영혼의 절반을 잃어버린 자라 칭했고,
말을 잃은 아이는 자신의 생일날,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황량한 바위의 땅으로 발을 내딛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위험으로 가득했다. 적막의 주인을 알현하려면 영혼은 일곱 개의 장막을 지나야만 했으므로.
두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용의 도움이 있더라도, 돌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명룡 중에서 가장 속내를 알 수 없는 마함바만이 소년과 함께 수수께끼 땅으로 가겠다며 나섰다.
흑요석으로 포장된 신전의 긴 계단에서, 소년은 마치 처음으로 눈을 뜬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흐르는 물처럼, 옛 나라의 기억이 그의 눈동자 사이를 흘렀다. 떠도는 빛무리 속에서,
그는 그 세월을 정말로 겪었던 것만 같았다…. 초대 불의 신이 화산 앞에서 팔을 치켜들며 출정식을 진행하는 순간,
그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 속 수많은 영웅의 그림자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성을 찬탈한 신성한 주인이 붉은 눈동자의 소년의 손에 쓰러져 안개 속으로 추락하는 순간, 텅 빈 왕좌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그는 내려다보았다. 불타는 성 위로 비치는, 검은 진흙탕 속에 빠진 자의 얼굴을.
과거의 모든 것 덕분에 그는 모든 단어와 음절,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더 멀리,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밤의 주인이 안배한 것임을 이해한 소년은,
그 순간 목도했다. 온 나타를 뒤덮는 그림자를, 저편에서 온 마물을.
그는 외딴섬을 점령한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마치 뼈를 파고든 구더기처럼 모든 경계를 파고들며 불길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서, 과거의 망자와 곧 죽을 자가 함께 통곡했다.
칠흑의 안개가 나타의 부족을 덮치려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멈춰!」
첫 마디와 함께 눈을 뜬 그는, 푸른 모닥불 옆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함바의 눈동자에는 그윽한 빛이 반짝였고, 노인은 그에게 의식용 지팡이를 건넸다.
그렇게 모든 과거를 알게 된 산하자는 현란한 말솜씨로 말하기 시작했고…
옛말을 인용해 미래의 위험을 가벼이 여기는 어리석은 자들을 꾸짖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산하자는 거짓을 엮어 말하기 시작했고…
겹겹이 쌓은 두루마리로 장벽을 만들어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과거를 숨겨버렸다.

• 분류:아이템/무기
• 분류:아이템/무기/한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