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황무지에 늑대 한 마리가 떠돌아다녔다.
그 늑대는 과거엔 늑대의 왕으로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며 사냥과 전투를 계속했었고 그때의 삶은 그의 몸에 수많은 흉터를 남겼다.
늑대는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들판을 가로지르고 오래된 궁전 폐허를 지나 마수와 선령의 영지를 통과했다.
황무지는 잔혹하기 그지없었고 왕랑이 점점 늙어감에 따라 무리도 점점 뿔뿔이 흩어졌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무리엔 오직 늙은 늑대만이 홀로 남게 됐다.
전설에 따르면 황무지는 신이 없는 대지로 오직 오래된 마신이 남긴 망령의 잔해와 과거 선령이 살았던 텅 빈 궁전만이 남아있다. 고독한 늙은 늑대가 회색 궁전을 지날 때 음악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렇게 듣기 좋은 새소리와 벌레 소리를 들어본 적 없어. 심지어 배고픔의 고통까지 잊게 해주다니」
늑대는 회색 홀로 걸음을 옮겼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밟고 부서진 석관을 지나자 석관의 옛 주인의 초상화가 뚜렷하게 보였다.
실내에 들어선 늑대는 연주를 하고 있던 소녀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재처럼 창백한 피부에 눈을 감고 있었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류트를 켜며 오래전에 잊힌 슬픈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늑대는 창백한 소녀 앞에 앉았고 잠시나마 갈증과 고독을 잊은 채 소녀의 소리 없는 노래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옛날 가을밤의 매미 소리는 추방자의 노래이자 인류 최초의 노래요」
「그들은 모든 형과 신이 머물던 고향을 잃고 오직 노래와 추억만이 남았네」
「최후의 노래하는 자는 최초의 선령으로 천사의 홀에 앉아 피날레를 연주했네」
숲에서 놀던 작은 요정도 그녀의 노래에 끌려 경의를 표했다.
「그건 무슨 노래야?」
늑대는 당황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늑대는 단어 하나하나, 음 하나하나를 알아들었지만, 그녀의 언어는 다른 어떠한 생명들과도 다른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선령의 노래야」
창백한 소녀가 가볍게 답했다.
「아주 오랜 옛날, 이건 우리가 미개한 인간을 위해 만든 노래야. 하지만 지금은 우리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데만 사용되고 있어」
그리하여 늑대는 소녀의 멜로디를 따라 어설프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늑대의 소리는 처량했고 슬픔으로 가득했다.
「무슨 노래 부르는 거야?」
창백한 소녀가 물었고
「이건 우리 노래야」
늑대가 답했다
「진짜 이상해」
소녀는 류트를 쓰다듬으며 가차 없이 평가했다.
「그래도 나랑 같이 노래 불러도 돼」
늑대와 소녀의 합창이 허름한 궁전의 홀에 울려 퍼졌고 지금도 그 땅을 지나는 모험가들은 특이하지만 어울리는 음률이 울려 퍼지는 걸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다야?」
늑대는 살짝 실망한 듯 입술을 핥았다.
「차라리 내가 한번 얘기해 볼게」
늑대는 목을 가다듬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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