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

불타는 연기가 그녀의 눈을 그을린 뒤로, 그녀는 더 이상 눈앞의 현란한 색에 현혹되지 않았다.
불타는 검이 그녀의 양쪽 복사뼈를 축복한 뒤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동료들을 저버리지 않았다.
가장 오래되고 존엄한 계약에 따라, 밤의 예언자는 별빛처럼 밝은 영혼의 아이를 골라내고
그녀에게 독수리 깃털로 만든 관을 씌워, 형체를 잃어버린 고대인들이 잠들 수 있도록 밤으로 인도하게 했다.
꿈속에 잠긴 용들과 어두운 영역에서 끝없이 다투는 성자들은,
자칭 현자의 계략을 간파하지 못했다. 깊은 계곡의 백성들은 귀족의 후예와 맹약을 맺어
피와 전쟁을 갈망하는 족장들을 차단하고, 안개 속에서 고요한 평화를 맞이했다.
그리하여 깊은 계곡에서 가장 용맹한 전사는, 별에 제사 지내는 자의 시종이 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비록 이건 원대한 계획의 일부가 아니었으나, 타락한 자의 쇠락은 현자의 증오를 샀다.
그래서 그는 선의라는 이름의 꾀를 부려 그녀로 하여금 용들에게 반항하도록 선동했다.
자칭 현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통을 부채질하고, 거기에 「희망」을 선동하는 말을 더하면
그 벌레처럼 나약하고 고목처럼 우둔한 인간 소녀도 그를 받들 것이다.
그는 한때 그녀에게 위험한 밤 영역을 뚫고 고대의 연기를 바라보게 해줬으니까.
물론 미숙한 그녀는 그 흩날리는 연기 앞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가볍게 떠밀기만 하면 이 우스운 환상의 땅을 붕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칭 현자가 예상했던 대로 용들에게 순종하던 소녀는,
피리와 노래로 그가 본 적이 없던 이방인들을 연기의 벽 안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그의 완벽한 계획에 따라 그녀는 침묵하는 시종 딩가를 깊은 계곡에서 내보냈다.
이제 곧 학살과 전쟁의 불씨가 세계와 격리된 이 땅을 불태우리라….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고, 영웅호걸 마간은 뱀왕의 금빛검을 자신의 옛 주인의 심장에 꽂았다.
인간의 마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칭 현자는 그제야 배신의 불씨는 이미 타오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배신은 그의 예상과 달리 꿈에 빠진 용들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새로 탄생한 대영혼의 노래를 따라 밤 영역 깊은 전당에서 타올랐다.
그리하여 이어진 천 년 동안 「믹틀란」이라 불리는 부족의 기틀이 완성됐다.
연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일곱 겹의 장막이 과거의 질서 없는 빛 잃은 땅을 봉인했다.
밤바람과 차가운 태양 아래서 벌레처럼 하찮은 자가 자칭 현자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 비밀 의식을 훔친 것이다.

「밤에 희망을 걸지 마시오. 성자들의 자비를 바라서도 안 되오. 그리고 자칭 현자의 유혹에 속아서는 더더욱 아니 될 것이오」
「인간은 나약하고, 추악함에 물들고, 사악함이 깃들어 있으나, 그래도 인간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인간뿐」
「하지만 인간은 취약하기에,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흘러간다고 해도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100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오」
「그러니——당신이 전하시오, 각 부족의 백성들에게 전하시오. 용맹하고 명예로운 자들에 대해」
「그들의 『기억』을 말하고 과거를 두루마리로 엮어서 장차 나타라 불릴 터전의 기틀을 닦으시오」
「내 가장 충실한 시종 딩가여, 이 조각상을 가지고 아침 햇빛을 따라 여정을 떠나시오」
「내 시선은 당신을 영원히 지켜볼 것이오. 나만의 영웅이여. 난 깃털처럼 당신의 어깨에 매달리겠소」
「나와 당신의 영혼이 깊은 평온 속에서 영원히 얽힐 때까지,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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